아침에 일어나면 찌뿌둥한 몸과 정신을 추스리기 위해서 커피부터 찾아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몸과 정신을 깨우는 거죠.
자 일어나. 오늘도 새롭지만 지긋지긋한 하루를 시작해야지.
하고 스스로를 각성시키는 거에요.
마치 자동차에 기름을 넣듯이 몸에 카페인을 넣어주는 거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는 카누에요.
믹스커피도 좋아하죠.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운을 얻을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몸이라고 생각해요.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가네요.
얼죽아라고 부르죠. 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겨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니,
이열치열과 비슷한 느낌일까요. 이한치한 같은 느낌으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나 봅니다.
네. 불혹의 나이에요. 가벼운 사자성어 정도는 한답니다.
물론 한자로 쓰지는 못해요. 당연히 한자 뜻도 모르죠.
살아온 세월이 머리속에 강제로 주입시킨 지식들이 반 이상이에요.
상식이라고 적당히 포장하지만 강제로 주입된 지식들이죠.
지금 제게 필요한건 이런 강제로 주입된 지식들이 아니에요.
믹스커피는 뭘까요?
전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가만히 내려다 봤어요.
카누가루에 프림과 설탕을 넣으면 믹스커피가 될까요?
호기심이 스물스물 커지기 시작합니다.
믹스커피의 커피부분만 물에 타서 먹으면 카누같은 맛이 나나요?
수동적으로 주입된 지식이 아닌 능동적 지식에 대한 욕망이 커집니다.
커피역사니, 커피콩의 종류니 이런건 필요하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건 하납니다.
카누에 프림하고 설탕 넣으면 믹스커피가 될까요?
일단 인스턴트 커피부터 좀 알아볼까봐요.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콩 추출액을 건조시켜 분말·과립으로 가공하여 간편하게 물에 타 마실 수 있게 한 커피.
어?
시작부터 덜컹거리네요.
인스턴트 커피를 물에 타서 먹으면 아메리카노 같은 맛이 나진 않아요.
그런데 커피콩 추출액으로 만들어진거라니.. 당황스러워요.
좀 더 찾아보니, 인스턴트 커피는 저품질 커피콩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저품질이라고 맛이 저정도나 차이날까요.
마트에서 팔 시기를 놓친 사과를 싸게 산다고 해도 맛없는 사과인거지, 배 맛이 나진 않는데 말이죠.
인스턴트 커피를 물에타서 먹으면 쓴맛이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인생의 쓴맛보단 덜 쓰지만요.
아, 잠시 딴길로 빠질 뻔 했네요.
불혹의 나이는 불현듯 혹하고 지난 시간이 떠오르는 나이일지도 모르겠어요.
더 찾아 봤더니 카누는 인스턴트 원두 커피라는 다른 부류라고 하네요.
인스턴트 커피로는 커피의 향미가 잘 느껴지지 않아서 미세하게 분쇄한 원두 커피 가루를
넣었다고 해요.
이게 핵심이었군요.
부족한 커피 맛은 아예 원두 커피 가루를 넣어서 채워 넣은 거였어요.
그래서 인스턴트 커피보다는 좀 더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맛이 나는 거였나봐요.
정리하자면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콩 추출액을 건조시킨거고,
인스턴트 원두 커피는 커피콩 추출액을 건조시킨거에 커피콩을 갈아서 넣은거네요.
그런데 찾아보니, 카누에 들어간 원두콩 가루는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참 저렴한 입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민한 입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5% 콩가루 넣었다고 맛이 확 다르게 느껴지니 말이에요.
이젠 믹스커피에 들어있는 다른 것들을 좀 알아봐야겠어요.
1976년에 동서 식품에서 프림과 설탕이 같이 들어있는 세계최초의 믹스커피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뒤로 프림과 설탕량을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맞추어서 조절한 것이
현재의 믹스커피라는 거죠.
프림은 맘유를 고정시켜서 인공 조미료와 인공 향료를 넣어 만든 식물성 크림이라고 해요.
우유를 대체해서 사용하는데, 우유보다 싸고 보존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대충 정리가 됩니다.
제가 가려는 길은 불가능한 것이었네요.
에스프레소에 프림과 설탕을 넣고 아무리 간을 맞춰도 믹스커피같은 맛을 낼 수가 없었네요.
카누는 더 하겠죠.
원두콩 비중 5%가지고도 카누와 인스턴트 맛이 달라지는데,
거기에 대기업이 몇십년 동안 연구한 비율의 프림과 설탕이 들어가니,
도저히 개인이 쫒아갈 수 없는 심오한 영역이었군요.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지만 제 궁금증은 해결이 된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안된다는 것도 결론 중 하나죠.
살면서 결론이 나는 일이 많지 않으니까요.
누군가가 "넌 로또에 당첨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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